학창 시절, 각 대학에서 국어운동학생회 회원으로 활동을 한 적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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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봉원 2002년 04월 21일 12시 37분에 남긴 글입니다.
30년만의 증언

[다음 글은 김종필과 신낙균 두 사람이 국민정부에서 총리와 문화부 장관으로 있을 때 통신에 올렸던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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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신낙균 장관은 "지난 해 김종필 국무총리로부터 한자병용 검토 지시를 받았고, 보안을 지키기 위해 관련 부처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이번 한자병용 파동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확실히 밝혀 졌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한글 발전 역사에 남기기 위해 그 동안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는 역대 정부의 한글정책에 관련하여 내가 직접 겪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역사와 겨레 앞에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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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0월 9일 한글날, 서울대(대표 이봉원), 고려대(대표 박노용), 연세대(대표 정중헌) 국어운동학생회 공동주최로, 고려대 캠퍼스에서 '한글전용선언대회'를 열고, '대통령과 문교부장관에게 드리는 건의문'을 채택 발송하고, 거리에서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이 날 동국대(대표 이대로)는 학교 당국으로부터 단체등록 허가가 미처 나오질 않아서 회원들이 개인 자격으로만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미리 입수한 경찰은 고려대 정문에서부터 학생들의 출입을 제한했고, 전단 등 관련 물품을 빼앗았습니다. 이 행사를 취재한 당시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례없이 크게 보도했고,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 내용을 전문 그대로 소개했습니다.
건의 내용은 두 가지였는데, 그 하나는 한글전용법에 단서조항으로 들어 있는 '필요한 경우 당분간 한자를 병기한다.'를 삭제하는 법 개정을 해줄 것과 다른 하나는 '공식적으로 대통령 이름을 적을 경우엔 꼭 한글로만 적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이 실린 신문기사를 지방에서 보고, 대통령의 문화고문이었던 노산 이은상 님을 급히 청와대로 들어오라 했고, 이은상 님은 대통령이 부르는 까닭을 짐작하고 한글전용 운동의 근본 취지를 글로 적어 가지고 청와대로 들어가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 날 저녁 소공동 어느 음식점에서 -이은상 님이 주관하던 단체 '민족문화협회'가 그 때 소공동에 있었음.- 한글 단체 인사 십여 분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은상 님은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저도 그 자리에 학생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저는 한글학자 한갑수 님으로부터 청와대의 요청으로 '한글전용 5개년 계획안'을 작성해 전달했다는 말씀을 직접 들었고, 이어 정부는 1968년 3월 '한글전용 5개년 계획 시안'을 한갑수 님이 만든 안과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우리나라 안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문서는 물론 신문 잡지 등 우리의 모든 글자살이에서 한자를 일절 쓰지 못한다는, 아주 강력하고도 획기적인 정부 시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4개 대학 국어운동학생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동국대)는 즉각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3월 18일자로 발표했지요. (당시 신문기사로 확인할수 있음)

그 뒤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늘 우리 곁을 따라다니며 감시하던 종로경찰서 형사도, 학교 당국도 하루 아침에 우리의 학생 한글운동을 적극적으로 돕는 처지가 됐고, 박 대통령은 이 때부터 결코 한자로 이름을 쓰지 않았으며, 육영수 여사는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가 1967년 5월부터 열어온 한글이름 짓기 운동의 행사인 '고운이름자랑하기'에 해마다 2만원을 찬조금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 행사의 결실로 오늘날 우리 주변에선 많은 우리말 한글이름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1968년 10월 9일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16개 대학의 국어운동학생회 대표들이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꽃 바치는 자리'(연례행사)를 처음 마련하여, '꽃 바치는 글 (성명서)'을 낭독, 채택했는데, 그 때 대부분의 언론이 이 행사와 성명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그 무렵 새로 취임한 김종필 총리와 민관식 문교부장관은 개인적으로 한글전용을 반대하고, 대통령을 설득해 이 계획을 대폭 수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1, 2년 전 조선일보에 민관식 씨가 기고한 글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래도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중단하고 관공서에서 한글만 쓰기에 앞장서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부터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31년 뒤, 김종필 씨가 다시 국무총리가 되자, 한글 죽이기로 가는 한자부활정책이 발표됩니다.
김종필 각본 연출, 신낙균 출연, 한자중독자들이 조연과 엑스트러로 참여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희극 한 편이 아니 비극이 이 땅에서 상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민의 67퍼센트가 그런 연극 보기 싫다는데도 이 사람들은 강제로 온 국민이 봐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오늘도 무대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으로부터 절대적인 성원과 협찬을 받으면서 말이죠.
(김종필 씨와 일본... 그 분은 얼마 전 일본에서 일본어로 강연도 했다지요.)

여러분 이제 아셨습니까? 한자 부활의 배경을... 그 실체를...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고 제2의 건국을 선언한 이 마당에, 세계가 더불어 정보화시대로 새천년을 맞고 있는 이 때에, 우리의 김대중 정부는 '왜' 그리고 '느닷없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이러한 시책을 선언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신 장관은 보안상 이유로 사전에 관계부처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보안'이라니요. 법률에 있는 '한자병용'을 적극 추진한다는 정부안이 미리 일반에 알려지면 국익에 크게 해로운 일이라도 일어난답디까? 북한에서 알면 전쟁이라도 일으킨답디까? 하긴 북한 평양방송에선 우리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사대주의적 근성에서 나온 ㅇㅇㅇ들의 생각'이라고 보도했다지요? 한자혼용주의자들은 북한에서도 현재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친다며, 60년대 한자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며, 거짓 증언을 일삼고 있지요만...

국민 여러분, 정보화시대의 주역 여러분, 내일의 나라임자 여러분, 한글세대 여러분,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애국동포 여러분,
궐기합시다! 3월1일 11시에 서울 탑골공원으로 모입시다. 그래서 우리의 뜻을 온누리에 알리고 국민의 정부에, 대통령에게 전달합시다. 역사에 우리의 외침을 기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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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권㉨196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