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각 대학에서 국어운동학생회 회원으로 활동을 한 적이 있는
모람께서 글을 남기는 방입니다. 잊을 수 없는 추억 거리를 적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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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2000년 06월 02일 03시 56분에 남긴 글입니다.
1969.4. 회보 2호에 쓴 허웅 지도교수님 글

회보 제2호에 허웅 지도교수께서 쓰신 글을 옮긴다. 허 교수님
도 그 때 정부가 강력하게 한글전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
지만 마음 놓을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고 계셨고, 일제 때부터 우
리 말글을 죽이는 데 앞장선 우리 동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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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운동의 나아갈 길 1969.4

연합회 지도교수 허 웅

학생들의 창의적인 모임인 국어운동 학생회가 창립된 지 어언
2년이 되었다. 그 동안의 몇 가지의 중요한 일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것은, 오로지 이 일을 위해서 희생적으로 노력한
학생 여러분의 열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국어를 위
한 활동의 앞날에는 더 어려운 일들이 쌓여 있음을 각오해야
겠다.

한글 전용은 이미 다된 것처럼 생각하다가는 그것은 오산이다.
우리들 앞에는 아직 이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
든지 있다. 정부에서 상당히 과감하게 한글만 쓰기를 권장. 실
천할 계획을 세우고는 있으나, 아직 대부분의 신문들은 구태
의연한 지면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반대 이유가 속출
하고 있다. 모두 일면의 진리를 갖춘 이유들이다. 그러나 극
복할 수 없는 난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을 우리는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모든 글자생활을 한
글로 했을 때에, 아무런 불편이 없고 오직 편리할 뿐이라는
사실을 실천을 통해서 알려줄 때가 되었다. 우리는 최근 철학
의 저서가 한글만으로 쓰인 것을 보게 되었다. 읽기에 조금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오직 과감한 실천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운동은 글자생활의 합리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정신생활의 기둥이다. 우리의 사고는 반영되고, 말은
사고방식을 제약하는 힘을 가졌다. 사람은 말이란 집 속에서
살며, 말을 통해서 생각하고 세계를 내다보게 된다고 언어철학
자들은 말한다. 그러므로 각 나라의 말이 다르듯 그것을 사용하
는 각 민족의, 세계를 내다보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
로 말의 무질서는, 세계를 내다보는 우리의 눈을 무질서하게
한다.

우리 말에는 말을 무질서하게 하는, 말의 잡초들이 많다. 과거
에는 우리 조상들의 터무니없는 모화사상 때문에 너무나 많은
중국어가 차용되고 그것이 다시 이 나라 안에서 재생산되었다.
그 결과 이질적인 말의 요소가 넘처 흐르고, 고유한 말의 표현미
를 손상시키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에 이르러서 이 요소들을 일
소할 수는 없다.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글 전용
을 하려면, 불필요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를 되도록이면
도태하여 말을 좀더 아름답게 하도록 노력해야겠고, 무질서 하
고 필요 없는 한자어의 재생산은 삼가야겠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은 과거 36년 동안이나 우리 말을 말살
하려 했다. 의식적으로 말을 파괴하려 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들은 말을 정화할 정신적인 여유를 갖지 못했다. 또 한편으로
는 이러한 일제의 우리 말 파괴 공작을 음으로 양으로 도운 우리
동포가 있었다. 그 결과 우리 말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일
본말 섞인 잡초가 무성하게 되었다. 이 잡초는 해방 뒤에 없어질
법한 일인데도 아직 가지를 펴고 있다.

또 최근에는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서양 문명의 조류 속에서
우리들은 제 나라 말을 갈고 닦는데, 그리 큰 힘을 기울이지 않
고 있다.

말이 세계를 내다보는 방법을 좌우하는 힘이 있다면, 이렇게 무
성한 잡초들은 우리의 사고를 무디게 할 위험성이 있다. 우리들
은 이러한 잡초를 뽑아 내고, 진정한 민족 언어를 깨끗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고, 풍부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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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권㉨196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