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병우 상 제정에 필요한 자료 문건과 공 박사님 추모의 글을 올리는 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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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로 2002년 06월 05일 17시 27분에 남긴 글입니다.
[안성복] 해부학 교실에서 만난 공 박사 주검

임상의학계열 - 이비인후과학교실 (음성언어의학 연구소)


안성복 (지도 최홍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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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언어의학 연구소 실습

언어.
말과 글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언어라는 신비한 표현 수단에 매료되어 있었다. 중학교 시절에 한글문화원을 드나들며 한글 기계화와 한글 전용에 대한 자료를 받아 보았고, 고등학생 때 한글 글씨꼴에 대한 가독성 조사를 하여 전자신문에 실린 적도 있었다. 이 때 만난 한글문화원장이신(그 전에는 안과 의사이셨던) ‘공병우’ 박사님을, 본과 1학년 때 해부학 실습을 하며 해부실습용 시신으로 다시 뵙게 되었을 때에는 신비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과 2, 3학년 때에는 해부학 교실 ‘정인혁’ 선생님이 위원장으로 계신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심의 실무위원회의 의학용어 한글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는 말과 글 중에서 주로 ‘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는데, 대학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며 연극 연습 과정에서 발성과 발음 훈련을 하면서 ‘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체계적인 발성과 발음 연습을 위해 관련 문헌을 찾다가 ‘음성언어의학’이라는 분야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특성화선택과정으로 ‘음성언어의학 연구소’를 선택하였다.
'음성언어의학 연구소'는 이비인후과에 속해 있으며, 신촌 세브란스 안이비인후과 병원에 음성언어검사실과 음성언어치료실이 있다. 음성언어의학 연구소에서는 기본적으로 음성과 한국어에 관한 의학적 연구와 음성직업인의 음성관리 및 진료를 하고 있다. 연구부장이신 ‘최홍식’ 교수님이 특성화선택과정의 지도교수이셨고, 여러 연구원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발성치료를 하시는 ‘서동일’ 선생님과 언어치료사인 ‘표화영’ 선생님과 주로 접하며 연구에 참여하였다. 크게 기초 연구(Basic Research)와 임상 연구(Clinical Research)로 나눌 수 있는데, 직접 참여한 기초 연구로는 후두이식에 관한 동물 실험이 있었고, 임상 연구로는 한국어 파열자음에 관한 음향학적, 공기역학적인 연구와 이비인후과 환자의 인후두 역류 증상 빈도 조사가 있었다.
기초 연구인 후두이식에 관한 동물 실험은 매주 월요일에 의과대학 4층의 중대형 동물실험실에서 이루어진다. 최홍식 교수님이 직접 참여하시며 비글(Beagle)견을 이용한 후두 이식 실험을 하는데, 이미 7례의 후두 절반이식과 2례의 후두 전이식을 시행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비글견을 이용한 후두 이식 실험과 기타 개와 쥐 등을 이용한 후두의 형태학적, 생리학적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의 후두이식 수술에는 직접 참여하여 후두이식 수술의 전과정을 상세하게 지켜볼 수 있었고, 수술 후 관리를 직접 하였다. 이식 수술이니 만큼 거부 반응을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직접 투약을 하며 한 달 이상 관리한 개의 이식후두 기능검사 결과가 좋게 나왔을 때의 성취감과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동물기르기에는 원래 관심이 없어 집에 있던 금붕어도 몇 주 못가 다 굶겨죽이곤 했었는데, 사람을 잘 따르는 비글견의 특성 때문인지 개와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특성화선택과정에서 얻은 행운이라 하겠다.
임상 연구인 한국어 파열자음에 관한 실험은 언어치료사인 '표화영' 선생님과 함께 참여하였는데, 정상인 남, 녀 20명을 대상으로 압력감지 센서를 비공을 통해 구인두강에 위치시키고 파열자음 발음 시의 구강내압과 폐쇄기 및 Voice Onset Time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 실험을 통해 ‘말’이 이루어지는 원리에 대한 음향학적인 기초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큰 성과라 하겠다. 다양한 자음과 모음이 어떠한 원리로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며, 어떠한 원리로 서로 다른 소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가질 수 있었다.
색다른 임상 치료과정인 ‘발성 치료’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성악가이자 음성언어의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서동일’ 선생님께서는 매주 월, 화, 수요일에 Vocal Cord Bowing 환자나 후두미세수술을 받은 환자 등을 대상으로 발성치료를 시행하는데, 이는 발성연습을 통한 일종의 성대 재활 훈련이라고 하겠다. 환자들은 여러가지 음높이로 반복적인 발성연습을 받게 되는데, 그 치료 효과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이 놀라웠다. 서동일 선생님은 성악 뿐만 아니라 연극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연극에서의 발성법과 그 훈련 방법에 대해 많은 조언을 주셨으며, 내가 직접 서동일 선생님께 발성연습을 받아보기도 하였다.
또한 매주 화, 수, 금요일의 음성클리닉 참여를 통해 다양한 음성장애 환자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직접 살펴보았고, 매주 목요일에는 후두미세수술(Laryngomicrosurgery)을 참관할 수 있었다. 참고서적으로서 ‘John. S. Rubin’의 “Diagnosis and Treatment of Voice Disorder”를 통해서 음성언어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음성언어의학은 앞으로 연구해야할 과제들이 많은 미개척 분야이다. 후두이식에 관한 연구는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1998년에 외국에서 인체 후두이식이 1례 있었고 본원에서도 2000년에 인체 후두이식을 시도할 계획이다. 앞으로 특성화선택과정으로서 음성언어의학을 선택하는 후배들은 더욱더 흥미로운 연구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말과 소리를 다루는 의학. 너무나 매력적인 분야가 아닌가!
내가 특성화선택과정으로 이비인후과 실습을 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나는 특성화선택과정으로 이비인후과 실습을 한 것이 아니라 ‘음성언어의학 연구소’ 실습을 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최홍식 교수님께서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덕택이다. 덕분에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특성화선택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위 글 중 최홍식 교수는 외솔의 손자이고 안성복학생은 연세의대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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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권㉨196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