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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에 앞서 꼭 읽으세요.



"사랑스런 자녀 이름은 되도록이면 부모님이 손수 지어 주세요.

그래야 그 이름에 더욱 진한 정이 느껴지고 가치가 있지요.

아래 글과 이 방에 있는 잘 지은 이름들을 참고하시고,

이름말 사전도 뒤적여 보세요.

한말글이름 짓는 일,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한말글 이름을 짓기 전에 꼭 읽어야 할 글 5편>

1. 아홉 번째 온 겨레 한말글 이름 큰잔치를 마치고
2. 한글 이름 짓기에서 풀어쓰기 문제
3. 한말글 이름에서 '돌림자(항렬)' 문제는 어떻게 하나
4. 한말글 이름의 가치와 짓는 방법
5. 대법원의 작명 제한 규정


먼저

1. 아홉 번째 온 겨레 한말글 이름 큰잔치를 마치고

2001년 10월 9일, 한글날 555돌을 맞아 한글회관 강당에선 한글 학회가 벌인 '아홉 번째 온겨레 한말글이름 큰잔치' 시상식을 했습니다. 홀로이름과 집안이름들을 보내온 쉬흔두 가족과 일터이름(상호) 스믈두 개를 보내온 업소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여섯 분의 심사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부문 별로 수상 대상 이름을 가렸습니다.

심사 기준은 예년과 같이 우선 소리와 뜻이 좋아야 하고, 집안이름인 경우엔 형제자매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지도 참작했습니다. 물론 두 자 이름을 벗어나 석 자 이름, 넉 자 이름에 관심을 더 기울이기도 했고요. 소리만 듣고 글자로 옮기는 데 불편이 따르는 이름은 감점이 됐습니다. 업소나 기관, 단체 이름처럼 사람이름이 아닌 일터이름들은 그 일터의 성격이나 하는 일을 따로 참작했지요.

그래서 뽑은 이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홀로이름 부문의 으뜸기림에 '차 봄샘'(문화관광부 장관상), 버금기림에 '이 별빛보라'(한글학회 회장상), 추킴기림에 '김 가온'(한글학회 회장상), 뽑힘기림에 '김 밑둥', '오 새한슬'(한글학회 회장상)을 골랐고, 집안이름 부문에선 으뜸기림에 '박 찬누리-찬벼리'(문화관광부 장관상), 버금기림에 '권 새해-새봄'(소년한국일보사 사장상), 추킴기림에 '유 하나-한별-누리-나래-한얼-가람'(한글학회 회장상), 뽑힘기림에 '최 보람찬삶-고운삶', '한 단비내린-이새꽃', '이 해오름-해빛나-해찬길'(한글학회 회장상)을 가렸습니다.
그리고 일터이름 부문에서, 으뜸기림에 '물빛처럼(사진관)'(문화관광부 장관상), 버금기림에 '열매마을(아파트 단지 이름)'(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상), 추킴기림에 '함박웃음(식당)'(한글학회 회장상), 뽑힘기림에 '닭먹고오리발(식당)', '으뜸과버금(비디오 테이프 대여점)', '작은것이아름답다(출판사)' (이상 한글학회 회장상) 들을 뽑았습니다.

이번에 심사를 하며 특별히 문제가 됐거나 아쉬웠던 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년에 뽑았던 이름과 같은 이름들 그리고 얼핏 보면 우리말 이름 같지만 한자말을 단순히 한글로 적은 이름들이 여전히 눈에 띄었습니다. 김밥 가게인 '엄마손김밥'은 김밥집 이름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는데 안타깝게도 지난해에 '아빠손엄마손'이란 식당 이름이 뽑힌 적이 있어 이번에는 제쳐놔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외자 이름이 가끔 눈에 띄는데, 한글이름 시대에 외자 이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형제 자매 이름을 지을 때 돌림자를 넣는다거나(해오름-해빛나-해찬길, 알뜰-살뜰), 연관성을 나타내거나(아름-다운), 문장형 이름(단비내린)도 한글이름을 짓는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한글 세대 한글이름 갖기 운동은 1967년 5월에 서울대학교 학생 동아리인 '서울대학교 국어운동학생회'가 처음 시작했는데, 첫회에서 으뜸상으로 뽑힌 이름은 지금은 유명한 음악가가 된 금 난새 님의 집안이름(나라, 난새, 내리, 누리, 노상)이었지요. 가곡 '그네'를 작곡한 금 수현 님의 다섯 아들따님 이름인데, 선생님의 각별한 한글 사랑 정신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이름들입니다.

그 때 국어운동학생회가 밝힌 행사 목적과 심사 기준 그리고 행사의 뜻은 다음과 같은데, 서른 몇 해가 지났지만 내용에 있어선 지금과 별 차이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행사 목적]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고, 쉬운 한글만을 쓰는 국어운동의 첫걸음으로 우선 내 이름부터 한글로만 쓰기로 하고, 되도록이면 새 이름은 순 우리말로 짓기를,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는 뜻에서 이 행사를 마련한다.
[심사 대상] 1945년 8월 15일 이후에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금 살아있고, 호적에 한글로 오른 이름에 한정한다.
[심사 기준] (1) 순 우리말이거나 또는 음향이 아름다운 이름 (2) 성과 잘 어울린 이름 (3) 돌림자도 참작했음.
[행사의 뜻] (1) 문화적 자존심을 해치는 한자이름에 우리 모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2) 남의 비웃음을 받아가면서도 뚜렷한 주체의식을 가지고 한글이름을 지어준 어버이들을 격려한다. (3) 출생신고서에 한글만으로도 이름을 적을 수 있다는 법적 사실을 온 국민에게 일깨워 준다. (4) 한글이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방향을 모색한다.

이 땅에 한글이름이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지도 반세기가 넘었고,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글이름을 권장하는 조직적인 운동('고운이름자랑하기' 연례행사)을 대학생들이 처음으로 펼친 이래 (1967년 - 1986 년 모두 17회) 한글 학회가 행사를 이어받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솔직히 제 생각엔 이제 이런 운동, 이와 같은 행사는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글이름 짓는 방법이나 그것에 필요한 우리말들을 모아놓은 책들이 서점에 쌓여 있고, 이제 국민 누구나 한글로만 적은 우리말 이름이 호적에 오를 수 있고 또 그런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행사를 오랜 기간 벌여 오며 늘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남이 애써 지은 이름을 우열로 가려 뽑는 일입니다. 물론 바람직한 이름짓기 방향을 제시하고 또 이 일을 널리 선전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면이 없지 않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한테 가장 좋은 이름이라 여기고 지어준 이름들을 누가 우열로 가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저는 여러 해 전부터 이러한 뽑기 행사는 그만하고 이제는 한글이름을 가진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 제가 지은 이름을 서로 기리고, 그 이름을 받은 어린 아들딸들에겐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잔치를 벌였으면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글이름을 가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자기 이름 자랑하기' 글짓기를 벌인다든지, 그보다 어린 아들딸들을 가진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글 이름 가진 아기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부모가 찍은 '예쁜 아기 사진 전시회'를 연다든지... 한글이름을 널리 선전하고 그 가족들을 기리고 위하는 방법은 이것들 말고도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온 누리가 어서 빨리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한글이름만으로 넘치기를 비손합니다.

한말글 이름 만세!

<글쓴이> 심사위원 이 봉원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회 이끔빛)



2. 한글 이름 짓기에서 풀어쓰기 문제

-조선일보 '독자논단' (1980년 8월 1일자) 원고입니다.-

제목 : 한글이름 보급하자

겨레의 주체의식과 국어순화의 차원에서 최근 번지고 있는 각종 이름의 한글화 작업은 문화운동 성격까지 띠고 있어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한글식 이름을 짓고 쓰기가 점차 유행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한두 가지 제기되어 관심 있는 사람들 간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어, 여기서 그 문제를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특히 상품이름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는데, 사람이름이나 다른 기능의 이름들의 경우도 같은 기준에서 논의될 수가 있기 때문에, 여기선 상품이름을 중심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몇 가지 상품이름들- '타미나(화장품)', '나들이(화장품)', '아나파(약국)', '부푸러(풍선껌)', '하야비치(술)' 들에서 보면, 모두 그 발상이 우리말 그리고 생활언어에 기초하여 지은 한글이름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왜 우리말을 한결같이 풀어썼느냐 (연철) 하는 것과, 따라서 서양말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연철하여 이름짓는 현상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람들의 주장은, 첫째, 그것은 우리말 이름을 빙자하여 서양말을 흉내내기에 급급한 것이고, 둘째, 말본에 어긋나는 잘못된 말(특히 상품이름)들이 널리 선전되고 사용될 때, 아직 정확한 어휘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고, 셋째, 어원을 분명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한글식 이름짓기에서 연철도 좋은 방법이 될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 세 가지 염려에 대해 편의상 역순으로 반론을 펴 볼까 한다.

먼저 어원을 잘 알 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첫째, 모든 말이 다 어원이나 말뜻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며, 또 꼭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예: 아버지, 矛盾)
둘째, 홀로이름씨(고유명사)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그 이름을 처음 지은 사람 외에는 그 뜻을 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 李鳳遠, 삼성그룹)
셋째, 이름은 실용성에서 어원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실제 그것은 거의 무의미하다. 다시 말해 어원이 문제가 아니고, 그 이름을 가진 장본인(상품)이 어떤 사람(물건)인지에 따라 그 이름은 새롭게 형성된, 보편적이며 실제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예: 이명래 고약, 제일 양복점, 달나라 제과점, 콘택600 감기약)
넷째: 오히려 노골적인 어원(작명 사유가 되는)이 드러나지 않는 이름이 더 나을 수가 있다. 이런 이름은 사람에 따라서는 저항감이나 혐오감까지 줄 수가 있다. (예: 나온다 구충제, 황 두루미 여사)

그 다음, 말본에 맞지 않는 말이 바른말로 일반에게 오인될 염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첫째, 일반 어휘를 약간 변형시켜 한글이름을 짓는 방법은 다양한 이름과 언어를 풍부하게 한다는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 마루와 마로, 샘과 새암, 이 씨와 리 씨). 이럴 때만이 우리는 국어사전에 오른 낱말만을 가지고 이름을 지어야 하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둘째, 이름에까지 바른말 적기를 고집할 때, 복합어로 된 이름은 띄어쓰기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혼란스럽다. (예: 탐이 나 화장품, 하얀 빛이 술, 안 아파 약국)
셋째, 문장 속에서 글로 적힐 때는 연철한 이름이 혼란이 적다. (예: '나는 배가 몹시 아파 안 아파 약국에 갔다.'보다는 '나는 배가 몹시 아파 아나파 약국에 갔다.')
넷째, '타미나 화장품'과 '하야비치 술' 이름을 '탐이 나 화장품'과 '하얀 빛이 술'로 적지 않는다 해서, '탐나다'란 말과 '하얗다'와 '빛'이란 우리말이 사라진다거나 변용될 염려는 전혀 없다.
다섯째, 이름은 그 기능과 성격에 따라 가치성에서 보편적인 면과 특수한 면이 함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얀 빛이' 술이나 맑은 빛깔의 술이란 뜻의 '말가비치'보다는 '하야비치'가 상품이름으로서는 더 낫다. 사람이름 경우에도 '배 힘찬'은 남자에게, '이 단비'는 여자에게 더 잘 어울린다.
여섯째, 한글은 소리글자인 만큼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나 들이'나 '박 미라'(성이 '박'씨인지 '방'씨인지 확실치 않다.) 같은 사람이름은 잘 지은 이름이라고 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서양말 냄새가 난다는 주장인데, 이것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우리가 한글이름을 쓰자는 원칙이 겨레의 주체의식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어원이 어떻든간에 결과로서 서양말 냄새가 난다는 것은 곤란한 문제다. 그 위에 만에 하나라도, 의도적으로 한글이름이란 가면 속에 서양말을 흉내내고자 하는 사대주의가 숨어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배격해야 할 것이다.
사대주의적인 이름들 가운데는 의도가 그렇고 결과도 분명히 그런 것들이 있다. (예: 미세스 고 의상실, 퍼모스트 아이스크림). 그러나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결과가 그런 경우와, 의도는 그런데 결과가 그렇지 않은 경우 등은 실상 가려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름을 짓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각해서 할 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비오리', '예그린'처럼 순수한 우리말이지만 외국말로 오해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반면, '드슈(술이름)', '두발로(제화점)' 처럼 분명히 우리말이면서도 묘한 느낌을 갖게 하는 말도 있다.

이상 결론지어 말하건대, 필자의 생각으로는 '타미나 화장품'을 '탐이나 화장품'으로 써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상품이름으로서 가치가 '타미나'가 더 낫다고 판단돼 그렇게 지은 이름이라면, 굳이 탓할 것이 못 된다는 말이다.
좋은 우리말이고 또는 좋은 우리말에 근거하여 모처럼 지은 한글이름이 다만 연철을 하였고, 붙여적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서양말과 다소 비슷해진 느낌이 있다고 (이것은 주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해서 무조건 국적불명의 말로 내몰아친다면, 정말 모처럼 싹튼 우리말 사랑과 힌글이름 쓰기 운동에 적지않은 장애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이름 짓기에 더욱 과감한 창의력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인 글]
'한말글이름 짓기에서 연철하기'를 두루이름씨(보통명사)에까지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이름이나 상품이름, 가게이름 같은 홀로이름씨(고유명사)에 한정해 연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말은 말뿌리를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두루 쓰는 일반 말에선 연철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니까 '도우미'는 "도움이"로, '지키미'는 "지킴이"로 적어야 한다.

<글쓴이> 이 봉원 (한글이름펴기모임 회원)



3. 한말글 이름에서 '돌림자(항렬)' 문제는 어떻게 하나

돌림자는 한자 이름에서 집안의 항렬을 나타내지요.
한말글이름에서도 돌림자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법은 좀 다릅니다.

음악가 금난새 씨 집안은 형제자매가 모두 한말글이름인데 'ㄴ'자 돌림입니다.
'난새-내리-누리-노상'처럼요.
그리고 그 아래 세대는 'ㄷ'자를 돌림자로 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또 그 아래 세대는 'ㄹ'자를 돌림자로 쓰겠지요.

또 '알뜰'-'살뜰' 자매처럼 '뜰'을 돌림자로 쓴 경우, '우람'-'보람' 형제처럼 "람'을 돌림자로 쓴 경우, '아름나라'-'새미나라'-'보미나라'처럼 '나라'를 돌림자로 쓴 경우, '참'-'아름'-'다운'처럼 돌림자는 없지만, 누가 봐도 한 형제임을 금방 알 수 있도록 짓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말글이름에는 돌림자를 쓰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답니다.

그리고 남자만큼은 반드시 집안 항렬을 나타내는 돌림자를 써야 한다고
어른들이 주장하시는 경우에는 이렇게 짓는 방법이 있습니다.

성이 '이(李)'씨이고 돌림자가 '준(濬)'인 경우에는, 그 돌림자가 가운데 있든 마지막에 있든 간에 관계없이, 일단 돌림자 '준'을 가운데에 놓고, 그 뒤에다가  한말글이름을 보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 준 마로' 또는 '이 준 보라미'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마로(높다는 뜻)'와 '보라미(보람이 있는 여자아이란 뜻)'가 우리 토박이말이지요.
'이'는 성(*한자로 된)이 되고, '준'은 밭이름(돌림자, *한자로 된 항렬이지만, 출생신고서엔 한글로 적어야 합니다.)이 되고, '마로'는 집이름(*한말글)이 되는 것입니다.
집에서 부를 때는 "마로야!" 하면 됩니다. 또는 형제가 없다면 그냥 "준아!"하고 부를 수도 있겠지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 것을 '절충식 한말글이름 짓기'라고 하며, 이미 자식들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다소 완고한 집안의 아드님 이름은 이렇게 지을 수도 있음을 일러 드립니다.

<글쓴이> 이 봉원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누리집 으뜸지기)



4. 한말글 이름의 가치와 짓는 방법

언어 생활에서 가장 큰 의무와 특권을 누리는 이들이 시인을 비롯한 문예 창작가들이 아닌가 한다. 끊임 없이 새로운 표현으로 언어의 표현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감각과 관념의 세계를 발굴해 가는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말과 글의 경험을 확장시켜 갈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언어적인 창작을 실행하고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이름 짓기다. 자기 자식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누가 침범하거나 막을 수 있는가? 자기 이름이나 자기 업체의 이름이나 자기 작품의 이름은 완전한 고유 영역이다. 이곳마저 한자 이름의 인습에 매이거나 돈 받는 작명가 같은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특권을 포기하는 정말 딱한 노릇이다.
인류의 언어 행위는 이름 짓기로 시작한다. 물건의 이름이 이름씨가 되었고, 동작의 이름이 움직씨가 되었고, 모양의 이름이 그림씨가 되었고, 방법의 이름이 어찌씨가 되었다. 이름 짓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언어 주권이며, 모든 언중이 언어 주권을 인식하고 되찾는 데서부터 한겨레말은 생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름을 한자로 지어야 이름답다는 생각부터 속히 청산하지 않으면 한겨레말을 쓸 자격이 없다. 조상이 물려 준 성씨는 차마 바꿀 수 없다 해도, 새로 짓는 이름 만큼은 토박이말로 지어야겠다는 의식을 다지지 않으면 한겨레말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한말글 이름 짓는 방법)

(1) 이름의 길이와 개성:

성씨가 한 자나 두 자로 되어 있고, 이름 또한 한 자나 두 자로 굳어 져 있는 것은 한자 이름의 공식일 뿐이지, 우리가 지켜야 할 틀은 결코 아니다. 한자의 한 자는 중국말에서 낱말인 만큼 그 공식에 따른다 해도 다음절 언어인 토박이말로 이름을 지으면 세 음절을 넘어 갈 수 밖에 없다. 토박이말로 짓는 이름을 두 음절에 국한하는 것은 본질상 한자 이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고 토박이말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별, 슬기, 시내, 고운, 어진” 등등 갯수도 얼마 남지 않은 토박이말로 짧은 이름을 지으면 판에 박힌 듯이 같은 이름만 쏟아 질 수 밖에 없으니 이름의 개성도 확보할 수 없다. 법인이나 업체의 이름을 등록하고 중복을 막는 이유는 이름의 변별 기능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좋은 이름이라 해서 남이 이미 가진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이름의 기능과 가치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표절 행위다.

(2)  이름의 뜻 살리기:

한겨레말은 낱말 단위가 아니라 형태소 단위로 움직이는 언어인 만큼 형태소를 잘 알아야 한다. 학문적으로 충분히 연구되어 있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예나 이제나 일반 언중의 언어 감각은 변함 없이 형태소 단위로 살아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의욕이 지나쳐서 형태소를 무시하는 일이 많다. ‘하나님의 사람’이란 뜻으로 지었다는 “하람”이라는 이름이 많은데, 여기 “하나님”은 “하”로 줄일 수 없고, “사람”은 “람”으로 줄일 수 없다. ‘예쁘고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으로 “예슬”이라고 지으면 ‘예쁘다’는 뜻도 ‘슬기롭다’는 뜻도 다 사라진다. “하, 람, 예, 슬” 등은 아무런 뜻이 없는 음절일 따름이다. 한자 이름의 틀에 맞추어 낱말이나 형태소를 마구 잘라 내고 버리고 하는 일은 한겨레말의 특성을 모르고 함부로 언어를 파괴하는 행위다.

(3) 이름과 주술:

나라 도장을 만드는 이가 글자의 획수를 조정하기 위해서 “ㄱ” 자를 두 획으로 도안해서 논란을 일으킨 일이 있다. 획수가 몇이면 좋고 몇이면 나쁘다는 주술 관념을 글자에 담으려 한 것이다. 사람의 이름을 지으면서 복이 따르고 액이 없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주팔자를 따지는 것과 같은 자세로 글자의 수나 획수를 맞추려 하는 것은 미신으로 단정한다. 훈민정음을 만들 때 언어학적인 이치나 당대의 철학적인 체계는 적용했어도 기복 신앙은 끼어들지 않았다.

<글쓴이> 김 정수 (한양대학교 교수, 언어학)



5. 대법원의 작명 제한 규정 (2007. 3. 4.)

“한글과 한자를 섞어 이름을 짓지 마세요.”
“이름은 5자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최근 호적법시행규칙을 개정해 인명용 한자 113자를 추가 지정하고 한자 이름을 지을 때 조심해야 할 사항을 소개했다. 이번 규칙 개정으로 우리나라의 인명용 한자는 총 5151자로 늘어났다. 대법원은 1990년 12월 호적법시행규칙을 개정해 2731자를 인명용 한자로 지정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7차례 규칙을 개정해 범위를 확대해 왔다.

대법원이 지적한 주의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이름은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짓되 한글과 한자를 혼용할 수 없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란 대법원이 지정한 인명용 한자를 의미한다. 또 동일한 호적에 있는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되고, 성을 제외하고 다섯 자를 넘는 이름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상용한자에 있는 ‘악(惡)’이나 ‘사(死)’ 등과 같이 사회 통념상 인명으로 사용하기 부적절한 한자도 사용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이름을 ‘악마(惡魔)’로 기재한 출생 신고서가 접수된 적이 있는데 법원은 이를 호적에 기재하지 않고 신고인에게 새 이름을 신고토록 하면서 신고인이 응할 때까지 이름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출생 신고를 처리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고, 대법원은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기피하는 뜻을 지닌 한자를 사용해 호적 신고가 거부된 사례는 없다.

또 ‘실수’로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벗어난 한자가 포함된 출생신고서가 수리됐더라도 이를 발견한 호적공무원은 한자를 사용하는 외국인과의 결혼 등 예외적인 사유가 아니면 간이직권정정 절차를 통해 직권으로 이름을 한글로 고치고 신고인에게 통지할 수 있다.

(세계일보 2007. 3. 5.자)


[사진] 1967년 5월 8일, 첫회 '고운 이름 뽑기' 행사 시상식장에서 으뜸상을 받는 금 난새-내리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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