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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2003년 11월 14일 00시 36분에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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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한글의 역사와 미래

한글의 역사와 미래

글쓴이: 김 정수 (한양대 교수 / 국어학)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이즐어짐이 없고 자리를 반듯하게 잡아 굳게 선 뒤에야 그 말을 잘 직히나니라.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긔계니, 긔계를 몬저 닦은 뒤에야 말이 잘 닦아 지나니라"(주 시경).


머릿말

한글은 참으로 팔자도 사납게 태어났다. 대궐에서 태어났어도 별로 호사를 누려 보지 못했다. 한자라는 거물에게 눌려서 처음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살다가 아주 쫓겨 나 거지 왕자처럼 여염집 아낙네의 치마 폭에 싸여 보호를 받으며 겨우 오백 년 가까이 살았다. 어쩌다가 좋은 주인을 만나 출세 길에 오른 것이 오늘의 한글이다. 그러나 빛을 좀 보자 마자 또 다시 로마글이라는 세계의 정복자를 만나 작은 판도나마 지키기 위한 싸움을 힘겹게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애써 지키고 발전시키며 현대 문명에 적응시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고려와 조선의 활자 문화처럼 한 시대의 자랑 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사라져서 후손의 안타까운 탄식이나 자아 낼 염려가 있다. 이것이 한글의 역사와 현재와 미래다. 이것을 열화당의 기획에 맞추어 풀어 쓰고 그림으로 돕고 한 것이 이 책이다.
여기서는 괴롭지만 문교부의 <한글 맞춤법>을 따르지 않는다. 이 맞춤법은 이미 60 년 가까이 표준화한 한글 학회의 <한글 맞춤법>을 더 낫게 고친 것이 아니라, 어문학 분야의 학자들 대개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국어 연구소의 편파적인 학자들이 제5 공화국의 무리한 힘을 입고 오로지 저급한 방향으로 뒷걸음질시킨 것이다.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때에 목숨을 바쳐 가며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다듬어 온 한글 학회를 짐짓 소외시키고도 마치 한글 학회가 참여한 것인 양, 한글 학회의 맞춤법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인 양, 똑 같은 이름을 달고 나와서 구별해 말하기도 힘들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한글 학회의 <한글 맞춤법>은 없던 것처럼 되어 가기를 바란다는 듯이. 과연 그렇게 되어 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어미의 떡도 맛이 있어야 사 먹는다는 말이 있다. 나쁜 법도 법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드센 권력자들에게 오래도록 주눅든 사람들을 위해서 남용되고, 그저 조용하게만 지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핑곗거리로 이용되어 왔다고 생각된다. 한겨레의 얼을 담는 그릇이오 닦는 틀인 한국말, 그 말을 담는 그릇이오 닦는 틀인 한글, 그 글의 법을 앞으로 어떻게 바로잡고 또 더 낫게 다듬어 가야 하는지, 우리는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말과 얼을 위해서 연구하고 힘써야 한다.
부록으로 붙인 '한글 연표'는 열화당 주인의 제안을 받아 만들어 보았다. 한글을 주제로 삼은 책이면 으례 붙이는 <훈민 정음> 책의 영인을 여기서도 굳이 붙인 이유를 밝혀 둘 필요가 있다. 1940년에 이 책이 발견되자 온 나라가 흥분하고 세계가 놀라게 된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이 오백 년 동안 숨겨 지기 위해서 겉장과 앞의 두 장 곧 네 쪽을 잃고 잘못 베껴 진 것이 드러났는데, 게다가 조선어 학회에서도 이 책을 원형 대로 보급하려고 복제할 때 손질이 지나쳐서 소릿점의 일부가 손상되었다. 많은 한글 전문가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조선어 학회 영인본을 대본 삼아 한글에 관한 책에 여기 저기 영인해 붙이고 있다. 이 상백의 <한글의 기원 -훈민 정음 해설->에 붙인 영인이 가장 충실하고 종이도 좋다. 그러나 이 책은 나온 지 오래라 구하기 어려우므로, 그리고 열화당 책의 좋은 종이에 올리고 싶어서 여기 붙이게 했다.
좋은 책을 꾸미느라고 늘 즐거운 얘기가 오가는 집 열화당(悅話堂)의 주인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원고를 제 때에 넘겨 드리지 못해서 한 달씩 보름씩 이레씩 미루기를 한 해 반이나 하도록 참고 또 참으며 기다려 준 열화당의 일꾼 김 금희 님과 김 수옥 님에게 미안했음과 고마움을 밝힌다.

1990. 7. 31.  

<차례>

1. 흙이 묻은 보배

2. 한국말의 역사 시대

    가. 한국말의 선사 시대
            ㄱ. 한자의 기원
            ㄴ. 한자의 한계

    나. 한글 창제의 역사적인 의의
            ㄱ. 한글의 기원
            ㄷ. 한글 만들기
            ㄹ. 한글 맞춤법의 뿌리
            ㅁ. 한국말 역사 시대의 출발
            ㅂ. 참다운 한국 문학의 싹

    다. 한글만 쓰는 누리
            ㄱ. 갑오 경장과 서양의 영향
            ㄴ. 주 시경의 깨달음
            ㄷ. 한글 학회의 이바지
            ㄹ. 성경과 한글

3. 한글의 특성

    가. 한국말에 꼭 맞춘 글자
            ㄱ. 한글의 특수성
            ㄴ. 한글의 대중성

    나. 넘치는 생성력
            ㄱ. 살아 있는 글자
            ㄴ. 한글을 죽이는 정보화 사회

    다. 이상과 현실의 조화

    라. 로마글을 압도하는 표음 능력

    마. 세계 글자의 꽃봉오리
            ㄱ. 글자의 발전 단계
            ㄴ. 소리바탕 글자

4. 한글 문화권의 꿈

    가. 한글 표음 능력의 강화

    나. 한글의 전산화
            ㄱ. 글쇠판의 문제
            ㄴ. 전산 부호의 문제
            ㄷ. 한글 글씨의 문제
            ㄹ. 국가 표준의 문제
            ㅁ. 전산기의 한국화

    다. 한글 풀어쓰기
            ㄱ. 풀어쓰기의 쓸모
            ㄴ. 한글 기울여 풀어쓰기

    라. 국제 음성 기호의 가능성

5. 한글의 현실

<부록>        한글 연표
                    <훈민 정음>


[붙임] 저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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