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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2013년 01월 25일 12시 09분에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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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대학생회 창립 선언문

              [둥국대학교 국어운동대학생회 창립 선언문]

          국어운동은 겨레운동이어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글자, 한글을 세종대왕이 애써 만들어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조용히 한글에 대해, 국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게 되었다. 제대로 살려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글자라고 하면서도 한글을 푸대접하고 돌보려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고유한 말은 잡다한 외국어가 뒤섞여서 주객을 분간 못할 정도가 되고 있다. 우리 민족이 또 동양이 서양에 비해 여러 면에서 뒤떨어진 것은 한자를 쓴 탓이라고 하면서도 한글보다 한자를 더 좋아하고 더욱더 한자를 쓰려고 한다.
우리의 자주, 주체성과 민족성은 희미해지고 남의 것을 흉내 내고 남을 따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즐기고 있다. 아마도 이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여러 면에서 뒤떨어지고 다른 나라에 예속되기를 바라는 이 나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고 다른 나라에 예속되는 것인지 알아 고치려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한일회담 체결 때 많은 사람들이 민족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 주체성을 지금 어디서 얼마나 찾아 볼 수 있는가. 우리는 지난날의 치욕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왜 뭉골의 속국이 되었고, 중국 영양아래 살았고, 일본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는지 생각해보자. 그 때 누가 그렇게 되길 바랐겠는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것이다. 미리 그렇게 될 근본 원인을 찾고 그 문제 고치는 것을 꺼리고 주저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 하여 사대주의 사상이 우리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위치를 조금만 살피자. 자세히 살피면 비관하고 자살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류가 가장 싫어하는 위험 속에 들어있다.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도 동족끼리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외국의 원조 없이 살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이웃 중국과 소련, 일본과 당당하게 맞설 수 없는 형편이다.  
   만약에 옛날처럼 그들이 우리를 간섭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막아낼 수 없다. 우리 사는 형편을 보자. 맛이 좋은 것 찾아 먹는 것은 그만두고 배나 채울 수 있는가? 우리는 외국 책 이나 번역하고 외국어나 배우다 판이 끝난다. 외국어나 배우고 그것을 번역하여 읽기나 하고 새로운 제 나름 연구 하나도 없이 무슨 학자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 모두 하루나도 빨리 각성하여 메마른 우리를 살찌게 하고 힘 있게 하여 어느 나라와도 한판 붙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썩은 전통이나 개인 고집은 깨끗이 버리고 진정 우리 민족이 살길이 있으면 주저 없이 부지런히 걷지도 말고 뛰어야 한다.  우리 동국대인은 교가에서부터 새 역사를 창조하다고 외친다. 우리는 참된 새 역사의 창조자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말 우리글 사랑하고 널리 퍼트려서 우리 겨레의 살길을 찾고 아울러 인류의 나갈 길을 밝히자. 우리 민족의 살길은 먼저 우리 것을 찾고 키우는데 있다. 우리 것 중에 우리말 우리글을 지키고 닦는 것이 가장 먼저요 으뜸이다. 함께 이 길을 가자.
                              1967년 10월  이대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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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일기장을 정리하다고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려고 창립선언문을 초안하던 쪽지를 발견했다. 모임은 만들었으나 지도 교수를 모시지 못해 창립식을 못하고 애먹을 때 일이다. 창립식을 해야 학교 모임으로 등록하고 공식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힘들었다. 결국 창립 식은 몇 달 뒤에 했는데 이 글을 다듬어서 썼을 것이다. 옛 일이 떠올라 다듬어 사진과 함께 올린다. 글도 종이도 지저분하지만 그 때 내 생각과 일이 고스란히 담겼기에 가슴 벅찬 느낌이다.

* 얄라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1-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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