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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2003년 11월 14일 00시 30분에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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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한자를 쓰는 것이 왜 문제인가

I. 머리말

글자란 무엇인가. (점자 같은 특수한 문자를 제외한) 일반적인 의미의 글자를 <동아 새국어사전>은 '말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나타낸 기호'라고 뜻매김하고 있다. 그렇다. 글자란 말을 적는 일정한 부호이다. 말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글자가 있다. 그럼 말이란 무엇인가. 말이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소리, 또는 그 행위나 내용'이라고 뜻매김할 수 있는데, 좁은 뜻으론 '뜻과 소리의 짜임'이라 보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소리(음운론), 뜻(의미론), 짜임(말본)'이 말의 세 요소다. 따라서 글자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말의 세 요소(소리+뜻+짜임)에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나타낸 기호'라는 '시각성'이 덧붙는다.

입말은 시간적·공간적으로 제약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게 위해 글자라는 것이 고안되었다. 글자를 사용하면 그 말을 그 자리에서 직접 듣지 않았더라도 글자를 통해 다른 곳에서도(공간적 제약 극복)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도(시간적 제약 극복) 그 글자를 통해 그 말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글자는 입말의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시켜 주는 것일 뿐, 그 입말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글자인 한자를 쓸 것인가 하는 문제도 미래의 우리말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그 다음 그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물론 글자는 말을 전달하는 도구로서만 기능 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 글자라는 것이 말을 보조·보완하는 도구로서 고안된 것이지만 일단 글자가 생긴 다음에는 글자 때문에 말 자체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 앞으로 특히 강조할 말의 청각성(청각적 변별력 ; 말소리를 귀로 듣고 그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힘 또는 성질)이라는 것도 글자의 시각성에 따라 적잖게 영향을 받는다. 글자의 시각성 때문에 우리는 말의 청각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글자가 오히려 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현상이다. 글자는 본래 말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고안된 보조적·보완적 도구라는 대원칙을 벗어나면 안 된다. 이 원칙을 벗어나 말과 글자의 주종 관계가 뒤바뀌면, 글자가 자칫 말의 본질을 훼손하게 되어 말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글자 정책에서 항상 유념해야 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1999. 4

글쓴이: 송 영상

[붙임] 논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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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권㉨196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