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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2003년 11월 24일 10시 53분에 남긴 글입니다.
[공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래서 문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래서 문제다.

[퍼온글] 한겨레 신문-'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에서

(1) 우악살스럽다

‘우악하다’라는 말의 뜻이, 우리 사전들의 풀이를 종합해 보면 “멍청하고, 미련하고, 무지하고, 어리석고, 우락부락하다”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 ‘우악’에 우리 사전들에는 거의 한자 ‘愚惡’을 붙여놓았다. 마치 ‘愚惡’이 ‘우악’의 말밑이나 되는 것처럼 ….

그러나 ‘愚惡’이란 것은 중국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 쓴다는 것으로 되는데,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의 〈한국한자어사전〉(1992)에도 없다. 그런 것으로 보면 ‘愚惡’은 근거도 없는 것을 우리 사전들이 장난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국어 사전들에, ‘우악, 우악하다’에는 거의 ‘愚惡’이 붙어 있으나, ‘우악스럽다’에는 민중 이희승 〈국어대사전〉에만 붙어 있고, ‘우악살스럽다’에는 그 사전에도 다른 어디에도 거의 붙어 있지 않다.

그러다가 주목할 만한 사전이 나왔다. 〈우리말 큰사전〉(한글학회·1992)이다. 이 사전에서는 한자 말밑이 없이 ‘우악’을 순우리말로 다루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더 주목할 만한 사전이 나왔다. 〈표준국어대사전〉(국어연구원·99)이 그것인데, 이 사전에서는 ‘우악, 우악하다, 우악스럽다, 우악살스럽다, 우악지다’들에 모조리 ‘愚惡’을 넣어 완전히 한자말로 다룬 것이다.

어느 쪽이 제정신인가

‘우악’의 취음으로는 ‘愚惡’을 제법 잘 골랐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리말 ‘우걱, 우격, 우김, 우꾼 …’ 들의 ‘우’와 ‘그악, 악착, 악악 …’ 들의 ‘악’을 찾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우락부락’에는 무슨 한자를 갖다 대려는지 겁난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2) 엉뚱한 말밑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鮮卑’가 ‘선비’(士)이며, ‘진지’도 ‘進支’라고 적으니, 우리말 99%가 한자말이라고 큰소리쳤다. 한자밖에 모르는 그들에겐 지난날 ‘개똥’, ‘똥개’를 적은 ‘介同’과 ‘同介’도 한자말로 보일 것이다.
국어연구원의 〈새국어생활〉에도 그런 것이 있다. 제12권 제2호에 실린 ‘한자말과 관계 있는 우리말의 어원’ 따위다. 거기 이런 게 있다.

‘假家’가 변해서 ‘가게’가 됐다고 했다. 우리말 ‘가게’의 옛말 ‘가개’가 〈삼강행실도〉(1481), 〈번역 노걸대〉(1517), 〈훈몽자회〉(1527) 들에 있고, ‘假家’는 〈인조 국장도감 의궤〉(1649), 〈속대전〉(1746), 〈만기요람〉(1808) 들에 있다.

‘가게’는 ‘가개’가 변한 말이지 ‘假家’가 변한 게 아니고, 다른 말이다.

빌어먹는 귀신도 없는데, ‘乞神’이란 헛것을 우리말 ‘걸씬’에, 옛날 과장에서 선비들이 들끓은 일도 없는데, 헛것 ‘場’을 우리말 ‘난장판’에 뒤집어씌웠다. 그 뿌리가 붉어서 ‘赤根葉’인데 ‘시금치’의 말밑이라고 했다. 잘못된 사전 탓도 크다.

말밑이라고 한 다음 한자말들은 말밑도 아니고 뜻도 다르다. “沓沓→답답하다, 大事→대수, 胃→비위, 生生→싱싱하다, 億丈→억장, 理判事判→이판사판, 作亂→장난, 雜同散異→잡동사니, 興淸→흥청거리다”

말밑이라고 한, 한자말처럼 보이는 다음 것들도 있지도 않은 허깨비다. “乾達→건달, 骨利樹→고로쇠, 急作이→급자기, 內兇→내숭, 單出→단출하다, 冬沈→동치미, 未安→미안, 雪濃湯→설렁탕, 雪馬→썰매, 熟冷→숭늉, 沈菜→김치, 河水盆→화수분, 忽弱忽弱→호락호락, 諱之秘之→흐지부지”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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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권㉨196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