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은 '우리말123 편지'를 누리편지로 보내는 성 제훈 박사가 꾸미는 글 마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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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2008년 05월 10일 11시 01분에 남긴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성제훈입니다.

오늘은 토요일,
토요일엔 우리말편지를 보내지 않습니다. 저도 쉽니다. ^^*
가끔은 편지를 보내는데 그럴 때는 제 이야기를 하거나 애먼 이야기를 합니다. ^^*

우리말 편지가 이제는 제법 여기저기 알려져서 알음알음 소개로 우리말편지를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자주 물어보시는 것은 여기서 말씀드릴게요.

1. 그동안 daum에서 보내던 편지를 며칠 전부터 naver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까지만 다음에서 보내겠습니다. 혹시 지난 며칠 동안 편지를 못 받으신 분들은 휴지통을 한번 뒤져보세요. 혹시 휴지통에서 자고 있을지 모릅니다. ^^*

2. 저는 국어학자가 아닙니다. 농대를 나온 농업학자로 지금은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는 연구직 공무원입니다. 제 이름은 성제훈이고,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제 일터와는 아무 상관없이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혹시 편지에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 잘못이지 제 일터 잘못이 아닙니다.

3. 저는 사랑하는 아내, 딸 지안, 아들 원준과 함께 살고 있으며, 오늘은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해남에 갑니다. 초파일이 아버지 제사거든요.

4. 우리말 편지를 다른 블로그나 누리집에 올려도 됩니다. 맘껏 깁고 보태서 올려도 됩니다. 따온 곳(출처)을 밝히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쓰시면 됩니다.

5. 저는 우리말이나 맞춤법을 잘 모릅니다. 그냥 제가 공부하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보내드리는 겁니다. 맞춤법이나 우리말이 궁금하시면 국립국어원 가나다 전화를 활용하시면 됩니다. 02-771-9909입니다. 한글학회로 물어보셔도 됩니다. 02-738-2236~7입니다.

6. 우리말 편지를 읽으시고 답장을 보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댓글에서 맞춤법 틀린 곳이나 찾는 그런 차가운 사람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글을 읽을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사람입니다. ^^*

7. 저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뺀 날마다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혹시 이틀 연속 우리말 편지가 안 오면 저에게 연락주세요. 또, 저는 여러분의 정보가 없습니다. 전자우편 주소와 몇 분의 이름을 아는 게 다입니다. 해킹으로 정보가 빠져나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8.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제를 내서 선물을 드립니다. 선물은 주로 갈피표인데, 우리말 편지에서 문제 답을 맞히시는 분께 드리고자 제가 만든 겁니다. 앞으로는 농촌진흥청 식당 식권 3종 세트를 준비할까 합니다. ^^*

9. 제가 보내는 우리말편지는 제 아내는 물론이요, 누나와 동생, 처남, 일터에서 같이 일하는 분들도 받아봅니다. 그래서 날적이(일기)처럼 쓰는 우리말 편지에서 거짓말을 못합니다. 제가 몰라서 잘못된 글을 쓴 적은 있지만, 제 일을 거짓말로 쓴 적은 없습니다.

10. 저는 우리말 편지를 여기저기 추천해 달라고 말씀드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냥 받고 싶으신 분만 받으시면 됩니다. 다만, 추천하실 분이 많으신 경우 전자우편 주소만 알려주시면 제가 한꺼번에 주소록에 넣어 드릴 수는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참, 제가 우리말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계기는요..."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것으로...^^*
제가 언제부터, 왜 우리말 편지를 보내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2003년 여름부터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날마다 보내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냈습니다.
우리말 편지를 보내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할게요.

우리말 편지를 처음 보낸 2003년은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입니다.
저는 연구원이다 보니 외국 책이나 논문을 자주 봅니다.
그래서 제 전공분야만큼은 웬만한 영어 원서나 논문, 일본어 원서나 논문은 사전 없이도 별 지장없이 봅니다.
아무래도 전공분야다 보니 보는 대로 눈에 잘 들어옵니다. 뜻도 쉽게 파악되죠.
미국에서 살다 보면 길 지나가며 보는 것도 꼬부랑글자요, 책상 앞에 와도 꼬부랑글자만 있습니다.
처음에는 헷갈리지만 좀 지나면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가끔 우리말로 된 책을 보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돕니다.

2003년 여름 어느 날,
학과사무실에서 영어로 써진 보고서를 봤는데 최신 내용으로 제가 일했던 한국으로 보내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그래서 학과장 허락을 받고 그 보고서를 받아와서 번역에 들어갔습니다.
이왕이면 보기 쉽게 해서 보내드리는 게 좋잖아요.

자리에 와서 보고서를 전체적으로 죽 훑어보니 정말로 좋은 내용이고 최신정보가 많았습니다.
숨 고를 틈도 없이 바로 번역해 나갔습니다.
키보드 왼쪽에 보고서를 놓고 눈으로 읽으면서 바로 타자를 쳐 나갔죠.
제가 타자치는 속도가 좀 빠릅니다. 대학 때는 1분에 500타까지도 쳤으니까요. ^^*

문제는 그때부터입니다.
눈으로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술술 잘 나갔는데,
이를 막상 우리말로 바꾸려고 하니 말이 잘 안 풀리는 겁니다.
영어 문장을 몇 번씩 봐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을 몇 번씩 읽어도 이게 영 어색한 겁니다.
영어 보고서를 한 문장 한 문장 읽고 이해하는 데는 몇 시간 걸리지 않았는데,
이 보고서를 번역하여 우리말로 바꾸는 데는 열흘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역을 했는데도 말이 어색합니다. 매끄럽지 않아요. 맘에 안 들고...
아무리 읽어봐도 차라리 영어 원문을 그냥 보내주는 게 받는 사람이 이해하기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번역한 내용을 보내지 않고 영어 원문을 그대로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내가 늘 쓰는 우리말과 글이지만 내 머릿속에 든 것을 글로 나타내기가 이리도 힘들구나...
평소에는 별 생각 없이 지껄이고 싶은 대로 지껄이고,
쓰고싶은 대로 끼적거렸지만 그게 제대로 된 게 아니었구나...
그저 내가 뭐라고 하건 남들이 대부분 알아들었기에 문법이나 체계도 없이 지껄였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우리말을 공부한 적이 없네... 학교다니면서 국어시간에 문법을 공부한 게 다네...

그날 바로 인터넷으로 국어책을 주문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책 주문하면 무척 비쌉니다. ^^*
그래도 주문했죠. 남에게 보이고자 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내가 창피해서 얼굴 벌게진 채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습니다.
그때 주문한 책이 우리말 죽이기 우리말 살리기, 우리말답게 번역하기, 우리말의 속살 이렇게 세 권입니다.

며칠 기다려 배달된 책을 읽는데
책을 보면 볼수록 얼굴이 달아오르더군요.
어찌 이런 것도 모르고 함부로 나불거렸나... 예전에 나와 말을 섞은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흉봤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책 세 권을 읽고 나니 이제는 말하기가 겁나고, 글을 쓰는 게 두려웠습니다.
오히려 더 못쓰겠더군요.
그동안 내가 전공용어라고 떠들고 다닌 게 거의 다 일본말 찌꺼기였다는 것을 알고 받은 충격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 신선한 충격을 동료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무릎을 탁 치는 부분이 나오면,
그 부분을 따서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있었던 연구실 직원 세 명에게 이메일로 보낸 거죠.

이게 우리말 편지를 보낸 한 계기입니다.

(2008.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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