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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2000년 04월 21일 23시 40분에 남긴 글입니다.
100년 전 소설같은 오늘 한국


100년전 이야기 책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에 비친 오늘날 한국

나는 지금 우리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본다. 나라가 몹시 시끄럽고
매우 흔들리고 있다. 마치 100년 전 대한제국이 망할 때와 너무 닮았
다. 우연히 100년 전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 내 손안에 들어와 살펴보
니 재미있었다. 그 가운데 [금수회의록]은 지금 우리 나라 이야기를
쓴 소설 같아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고 싶어 그 줄거리를 옮긴다.

100년 전은 우리 나라 개혁, 개화기로서 외국 세력이 판치던 시대였다.
[금수 회의록]은 일제에 나라가 넘어가기 2년 전인 1908년에 안국선이
낸 소설로서 8종류의 동물들이 인간의 부패와 타락을 논박하는 우화
형식으로 개화기의 부정 부패, 탐관오리의 타락과 사대주의 경향, 문란한 풍속과 세태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소설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세태를 풍자한 글 같다. 100년전 나라가 망할 때와 지금 나라가 망하는 모습과 너무 닮았다는 느낌이다.

그 소설책에서 작가 안국선은 [ 외국의 세력을 빌리고 의뢰하여 제
몸을 보전하고 벼슬을 얻으려 하며, 타국 사람을 부동하여 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제 동포를 압박하니, 그것이 여우보다 나은 일이오?]라
고 말하면서 그 때 사회를 비판한다. 또 작가는 꿈속에서 8마리 동물
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듣고 옮겨 적는 형식으로 동물보다 못한 인간
세상을 한탄하고 세상을 바로잡으려 한 것 같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옮겨보면

까마귀는 반포지효(反哺之孝)를 들어 [우리 까마귀들은 먹을 것을 물고 들어와서 극진히 어버이에 바치고 효성스럽게 망극한 은혜를 갚는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입으로는 효도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 하는 행실을 보면 주색잡기에 빠져 부모의 뜻을 어기며...]라면서 사람들의 불효를 꾸짖는다.

여우는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들어 외국의 세력을 빌려 제 몸보신만
하고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지배하려는 인간들을 비난한다. 개구리는
정와어해(井蛙語海)를 들어 조금 아는 지식을 악용하여 제 동포에
해를 끼치는 얼치기 개화꾼을 꾸짖고, 벌은 구밀복검(口蜜腹劒)을 들어 갖은 감언이설로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들을 폭로한다. 게는 무장공자(無腸公子)를 들어, 사람들은 자기더러 창자 없는 돌물이라 하지만 사람들이야말로 "남의 압제를 받아 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어도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분한 마음없고 남에게 그렇게 욕을 보아도 노여워할 줄 모르고 종노릇 하기만 좋게 여기고 달게 여기며,관리의 무례한 압박
을 당하여도 자유를 찾을 생각이 전혀 없으니 이것이 창자있는 사람들이라 하겠오?"라며 야유한다.

파리도 영영지극(營營之極)을 들어 자기네 파리를 더럽다고 쫓는데 인간들이야말로 골육상쟁을 일삼는 소인배들이라 말하고, 호랑이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를 들어 호랑이가 사람에게 해를 끼친 일보다도 탐관오리나 흉포한 사람들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더 많고 포악하다고 폭로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원앙도 쌍거쌍래(雙去雙來)를 들어 인간의문란하고 방탕한 남녀 관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한다. 이를 다 들은 기록자는 "제일 악하고 제일 흉괴하고 제일 더럽고 제일 어리석은 것은 사람이로다"라고 개탄한다. 그리고 인간들이 잘못을 깨닫고 고치면 구원을 얻는 길이 있다고 적는다.

나는 위 소설과 지난 역사에서 지금 우리의 잘못을 깨닫고 빨리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땀흘려 일해서 돈벌고 살기보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떼돈 벌려고 하고, 함께 잘 살기 보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하늘을 찌른다. 죽는 줄도 모르고 불나비처럼 증권시장에 넘실거리는 사람들, 정부가 그런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 세계화니 신자유주의니 얄팍한 지식을 내세우며 나라를 일으키겠다고 하는 짓이 결국 나라를 망치는 짓이다.

겨레얼을 지키고 정신차려도 외세를 막아내지 못하는 데 스스로 외세에 빌붙어서 하라는 대로 하다가 결국 경제 식민지, 문화 식민지가 되었다.
외환위기 벗어나겠다고 외국이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 더 외국자본에 더 묶인 나라, 외국 자본가와 일부 관리와 투기꾼들만 떼돈 벌게 하고 선량한 백성들은 더 살기 힘들게 하는 정부,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우리 문화는 헌신짝처럼 내 던진 사회, 외세에 나라가 두 동강나서 으르렁대고 싸우는 판에 동서로 갈라져 감정 싸움만 하는 나라,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썩은 정치인이 판치고 국민들은 절망에 빠져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이를 보다못한 시민단체가 바로잡겠다고 일어났지만 그리 쉽지가 않다. 마치 100년 전 독립협회가 거리에 나가 만민공동회를 열어 쓰러져가는 나라를 세우자고 외치듯 해보지만 나라는 너무 기울었다. 제 나라 말글도스스로 버리고 머리털까지 서양사람처럼 물들이는 것이 정상이 되었다.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는 바보요 서로 자기 지역 이익과 개인 이익만 챙기겠다는 의식만 가득하다. 빚은 점점 늘어나고 사람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여겨저기 소리없이 세상이 무너지고 있다.

이제 다시 쓰러지면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가지고 있는 금가락지도 없고 외세에 반항할 정신력도 없고 나라나 겨레를 위하겠다는 의식 또한 모두 식었다. 돈만 없는 것이 아니라 식량도 위기이고 마음도 병들었고 땅도 물도 병들고 있다. 이 겨레와 나라는 시름시름 앓고 있고 시들어 가고 있다. 이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갈 판이다.

내 생각이 잘못이기를 바라면서 지혜로운 본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 글을 올린다. 정신차리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산다고 했는데 정신차리지 못한 것 같아 더욱 걱정스러워 오래 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이다.

우리는 짐승보다도 못한 국민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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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권㉨1967- 전국 국어운동 대학생 동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