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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16년 02월 29일 11시 06분에 남긴 글입니다.
'3세 신화'의 함정.."조기교육이 아이 뇌 망친다"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아이의 뇌는 만 3세 즈음 대부분 완성된다.’ ‘어릴 때 영어를 배워야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다.’

많이 들어본 얘기들이다. 그런데 상식처럼 여겨졌던 이 말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다. 최근 20~30년 동안 뇌 과학자들은 이것은 수정 또는 폐기된 가설이거나 과학적인 증거가 없는 ‘신화’에 가까운 엉터리 이론이라고 지적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연구혁신센터(CERI)는 10여 년에 걸친 국제 공동 연구 끝에 ‘뉴로 미스(neuro-myth·신경계 신화)’, 즉 ‘뇌에 관한 잘못된 속설’ 등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시냅스 밀도는 생후 12개월 전후에 최고치를 보이다 만 3~4세가 되면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3세 즈음 뇌의 대부분이 완성된다는 ‘3세 신화’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때 시냅스는 엉성하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되는 방식을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시냅스는 강화 또는 약화한다.
↑ 【서울=뉴시스】시냅스 밀도는 생후 12개월 전후에 최고치를 보이다 만 3~4세가 되면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3세 즈음 뇌의 대부분이 완성된다는 ‘3세 신화’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때 시냅스는 엉성하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되는 방식을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시냅스는 강화 또는 약화한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절대적인 과학이론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교육 업체들은 이를 상품화한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로 부모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나이에 맞지 않는 ‘과잉 조기 교육’은 아이의 뇌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를 저술한 과학 저널리스트 겸 작가 신성욱 PD에게 뇌 과학의 신화와 진실, 그리고 위험성에 관해 들어봤다.

◇“폐기된 가설…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

‘3세 신화’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등장했다. 빈곤층 부모에게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스위크 등 언론도 ‘시냅스(신경세포 접합부) 밀도’와 ‘아이 뇌 발달’의 연관성을 다룬 기사를 잇달아 보도해 대중화에 일조했다.

한국에서도 이때부터 영·유아 두뇌·지능 발달 프로그램,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국책연구소인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사교육비 규모는 3조2289억원으로, 전년도 2조6000억원보다 22.2%나 증가했다.

부모 10명 중 9명이 조기교육의 적절한 시기로 0~36개월을 꼽았다는 모 육아 잡지 조사 결과 역시 영·유아 조기교육 열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OECD CERI는 2007년 발간한 ‘뇌의 이해-학습 과학의 탄생’ 및 ‘뇌의 이해-새로운 학습 과학을 향하여’ 보고서를 통해 ‘3세 신화’뿐 만 아니라, 좌뇌형·우뇌형 아이, 남녀의 뇌 차이 등은 ‘근거가 없는 믿음’이라고 밝힌다. 1999년부터 진행한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뇌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가 오·남용되는 것을 우려한 이 보고서는 특히 ‘3세 신화’는 조기 교육을 통해 아이의 뇌 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영재’에서 ‘발달장애아’로

진우(가명)는 이른바 ‘영어 영재’다. ‘36개월 이전에 영어를 익히면 바이링구얼(Bilingual·이중 언어 구사자)이 된다’고 믿었던 진우 엄마는 진우를 가졌을 때부터 영어 교재로 태교했다. 진우는 태어난 뒤에도 언제나 영어에 노출됐다. 생후 18개월 때부턴 영어책을 봤고, 24개월 때엔 유명한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서 한국어보다 영어를 먼저 익혔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뒤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선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 부쩍 이상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불평·불만이 늘었고, 친구들과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자꾸 혼자 있으려는 성향도 보였다. 선생님이 나무라자 교실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겨진 진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고 급기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증까지 나타났다.

진우의 뇌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대뇌변연계, 그 중에도 편도체와 기저핵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대뇌변연계가 손상되면 감정 조절이 미숙해지고 단기 기억에 어려움을 느낀다. 진우가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고 쉽게 포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는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절한 자극 대신 과도한 자극, 즉 문자 학습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 결과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해 신경세포 발달을 억제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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